[스크랩] 세월호, 4월16일 해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공소장으로 보는 4월 16일 세월호가 멈춘 이후

검찰이 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하고도 승객들에게 퇴선 유도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구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 123정의 김경일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대형안전사고에서 국가공무원에게 구조의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선원은 승객을 방치한 채 배를 버리고 탈출해버렸고, 현장에 달려온 해경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기운 채 멈춰 선 이후 상황을 검찰의 공소장으로 재구성해봤다.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6일 세월호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세월호, 진도 앞바다에 멈춰서다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세월호가 왼쪽으로 크게 기울며 멈춰섰다. 세월호에는 실어야 할 화물 무게 한도(1077t)의 2배 가까운 2142t의 화물이 실려 있었고 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평형수 등은 기준보다 1308.02t적게 실려 있었다. 선장은 조타실을 비우고 자러 가버렸다. 당직 항해사인 3등 항해사 박모씨는 조타가 아직 미숙한 당직 조타수인 조모씨에게 배를 맡겨버렸다. 조씨는 오른쪽으로 변침을 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조타기를 큰 각도로 돌려버렸다. 부실하게 묶여 있던 화물이 왼쪽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배는 복원력을 잃어버렸다.

오전 8시 54분. 세월호에 타고 있던 고교생 최모군이 119에 사고 사실을 알려왔다. 오전 8시57분 전화연결로 사고를 접수한 목포해양경찰서 이 모 상황실장은 경비전화를 통해 123정 관용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서거차도 근해 승객 350명이 탄 세월호가 침몰했으니 즉시 이동하라." 김 정장은 지시를 받고 123정을 지휘해 현장으로 갔다. 오전 8시 55분 세월호에서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단 한번의 교신도 시도 안한 해경

오전 9시 14분 현장으로 가던 김 정장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로부터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근거해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됐다고 통보받았다. 김 정장은 현장으로 가는 도중 세월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교신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선장이나 선원들에게 어떤 구조지휘도 하지 않았다.

오전 9시18분 상황실에서 교신 기기를 통해 배에 탄 사람이 450명에 이른다는 연락이 왔다. 상황실은 "세월호와 교신되고 있습니까"라고 김 정장에게 확인했지만 "교신이 안되고 있음"이라는 답변만 했다. 9시26분, 9시 28분 세월호 신 모 항해사가 123정과 교신하기 위해 호출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123정의 마이크는 쓰이지 않았다

오전 9시 27분 이미 사고 현장에 도착한 511호 헬기로부터 승객 대부분이 선상이나 배 안에 있고 바다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전 9시 30분 123정은 사고 현장 바로 근처에 도착했다. 김 정장은 쌍안경으로 세월호 승객들이 갑판이나 해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배 안에 있는 상황임을 목격했다. 세월호의 침수한계선 이미 수면에 잠겨 있었다. 선장과 선원에게 빨리 퇴선방송을 하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김 정장은 이때까지도 세월호와 교신조차 하지 않았다. 123정에는 마이크와 메가폰이 있었다. 하지만 퇴선 방송은 없었다.

김경일 123정 정장이 지난 7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선원만 구조한 해경

오전 9시46분 김 정장은 세월호 조타실 앞으로 123정을 접근시켰다. 조타실은 일반 승객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조타실에서 나오는 사람은 모두 선원 작업복을 입고 있거나 무전기를 들고 있었다. 김 정장은 이들이 선장이나 선원인지, 배 안에 선장이나 선원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오전 9시48분 승조원인 박 모 경장이 세월호 조타실 문 앞까지 올라갔다. 박 경장에게 직접 퇴선방송을 하게 하거나 비상벨을 누르도록 지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지시도 없었다.

■세월호 진입 지시 무시

세월호 사고 현장에는 이미 구조헬기 3대가 도착해 있었다. 헬기를 이용하면 복도나 객실 출입문과 연결된 갑판에 접근하기 쉬웠다. 하지만 123정은 헬기와도 교신하지 않았다. 9시 51분 상황실에서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비를 갖추고 여객선에 올라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라"는 지시가 왔다. 김 정장은 접근 시도도 하지 않은 채 9시 53분 "직원들을 승선시키려 했는데 너무 경사가 심해 못 들어가고 있다"고 허위로 보고했다. 9시58분 상황실에서 "항공 구조는 당연히 하는데 오른쪽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가서 뛰어내리게 해서 바다에서 구조하는 방법을 검토하라" "차분히 마이크를 이용해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라" 수차례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하지만 김 정장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살 기회 잃어버린 승객 들

배가 기운 채 멈춰 선 오전 8시52분부터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세월호 배 안에는 '선내 대기' 방송만 계속됐다. 급기야 바닷물이 객실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10분 고교생 김모 군 등 11명이 사물함을 밟고 문을 열고 복도 벽을 밟아 비상구를 찾아 갑판으로 나왔다. 하지만 배 안에 남아 구조만 애타게 기다리던 304명의 승객을 살아나올 기회를 잃어버렸다.

김 정장은 지난 8월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의 답변은 허무했다. 그는 "상황실에서 배에 진입하라고 했는데 왜 지시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진입 지시를)깜빡 잊었다"고 답했다. 또 "123정에 있는 메가폰으로 왜 퇴선방송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생각을 못했다. 평소 그런 훈련을 안 해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인숙·장은교 기자 sook97@kyunghyang.com>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1006173207805

 

출처 : 소울드레서 (SoulDresser)

글쓴이 : 울트라마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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