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무리 말 못한다고.. `동물원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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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체험학습 붐 타고 전국에 민간동물원 우후죽순…

ㆍ끔찍한 환경서 마구 부리고 마구 버리는 일 비일비재

좁은 우리 안의 너구리는 채 예닐곱 걸음을 못 가 벽에 부딪혔다. 벽에 부딪히면 반대쪽 방향으로 몸을 틀어 온 길을 되돌아갔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왔다갔다 하기를 끝도 없이 반복했다. 수십 마리의 프레리독은 저들끼리 파고들며 우리 한쪽에 쌓여 있었다.

야행성인 프레리독은 토굴성 성향을 가진 동물이다. 낮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굴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안에는 햇빛을 피할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저들끼리 겹겹이 포개져서 조금이라도 햇빛을 피하기 위해 서로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설립기준ㆍ감독규정 없어 관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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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수족관 경영난에 폐사 우려


관계자들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대한 관리법안이 명확하게 제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영 간사는 "우리나라는 동물원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되어 있는 법률이 하나도 없다"면서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호랑이가 먹이를 못 먹는 드림랜드와 같은 사태가 또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난 9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원법이 계류 중에 있다. 이 법은 오는 4월 국회 입법공청회를 거쳐 이후 국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환경부 산하에 동물원관리위원회를 두고 여기에서 동물원 설립을 허가하는 심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동물원 설립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이기 때문에 아무런 제한이 없이 아무나 설립할 수 있다.

또한 동물원이 문을 닫는 경우에는 동물을 다른 동물원에 양도·증여하거나 보호시설로 인계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 환경부 장관에게 신고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무엇보다 준비가 안 된 업체들이 난립해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세우는 것이 문제다. 동물을 쉽게 돈벌이할 수단으로 생각하다가 안 되면 폐업하는 식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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