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ㄴ

[스크랩] [야! 한국사회] 아름다운 밥타령 / 이라영

음바페여친 2015. 7. 24. 05:39

 


[야! 한국사회] 아름다운 밥타령 / 이라영


내게 강아지를 맡기고 부모님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며 엄마가 하는 말, 여행 가면 뭐가 제일 좋은 줄 알아? 밥을 안 해도 되잖아. 대신 나의 일거리는 늘어났다. 강아지의 식사와 간식을 며칠간 챙겨야 하는데 나는 엄마처럼 ‘정성스럽게’ 직접 만들기는 번거로워서 통조림을 샀다. 개밥과 사람밥 모두 평소에는 엄마의 일이다.

요즘 잘나간다는 한 외식업체 사업가를 비판하는 글을 읽다가 혼자 손뼉을 치며 웃었다. “웬만한 음식에도 설탕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는 순진한 고백 때문이었다. 6월이면 불티나게 팔리는 매실과 설탕이 우리 밥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면 새삼스럽게 설탕에 놀라는 법이다.

우리는 흔히 돈벌이를 ‘밥벌이’라고 하며,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표현을 쓴다. 밥상은 그 자체로 시대와 공간, 계층의 상징이며 과학과 취향의 집합체이고 내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밥상은 곧 정치다. 학교급식은 가장 정치화된 밥상이다.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연애, 결혼, 육아, 요리 등의 일상이 티브이 속에 스며들었다. 특히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일상의 노동인 육아와 요리가 방송을 통해 주로 남성들이 체험하는 예능이 되어버린 현상이 흥미롭다. 남성 연예인들의 ‘체험, 삶의 현장’이 될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가사는 지독히 성별 분업화 되어 있다. 하지만 ‘셰프’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남성이 나서면 전문화, 직업화된다. 이들을 아빠로만 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요리는 ‘아빠 밥’으로 불리지도 않는다. 반면 여성들은 엄마 밥을 지어내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미안해한다.

밥하는 주체가 여자라는 대전제는 변할 줄을 모른다. 미디어는 이러한 성별 분업화를 계속 부추긴다. 한 항공사 광고의 ‘일하는 아내’ 편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나는 구시렁거리고 있다. 퇴근 후 집으로 또 출근한 슈퍼우먼 아내에게 아름답다 말해주라니. 어떤 방송에서는 급기야 엄마 밥과 아내 밥을 대결시키는 구도를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여-여 갈등으로 보이는 고부갈등이 실은 어떤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지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급기야 딸네 집에 왔다가 다음날 새벽 5시에 장인의 밥을 위해 집을 나서는 장모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개그맨을 보고 있자면 나는 어느새 폭발한다. 그렇게 아름다우면 함께 아름다워지면 안 될까.


정성, 헌신, 희생, 사랑 등을 강요하지 말자. 밥하기 노동에 대한 몰인식은 수많은 (여성) 식당노동자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식당노동자나 보육교사처럼 여성들의 집 안 노동에서 연장된 노동은 대부분 저임금이다. 젖은 손이 애처로우면 고무장갑을 사줄 것이 아니라 직접 설거지를 하고, 고급 냉장고와 여자의 행복은 별개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퇴근 후 밥 차리는 아내에게는 아름답다고 말하기보다 함께 밥을 차리면 된다.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1338.html


속시원한 글이어서 가지고 왔긔

 중간에 언급금지 있어서 수정했긔!! 원문 읽고 싶은 분들은 사이트로 들어가서 봐주시라긔!!

 


출처 : 소울드레서 (SoulDresser)
글쓴이 : singalong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