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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다처제가 시행되면 벌어지는 일 (부제: 일부일처제가 많은 남성을 구제하고 있는 셈)

음바페여친 2015. 6. 20. 02:13

일부일처제가 많은 남성을 구제하고 있는 셈

2006년 7월 16일 MBC는 자체 제작한 ‘일부일처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에 퍽 깊숙이 관여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진이 내 연구실을 찾아와 다윈의 성선택  이론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눴고 외국 학자들의 상당수를 섭외해주었다. 기어코 나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하여 거의 한 시간 가량 녹화를 했었는데 정작 방송된 분량은 극히 짧았다. 그것도 앞뒤 문맥이 잘린  상황에서 방영되어 결과적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많이 상하게 하고 말았다

남성들은 흔히 일부다처제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는데 현실을 직시하고 꿈 깨라는 얘기를 한 게 방영된 것이다. 남성들의 대부분은 마치 일부일처제의 굴레가 벗겨지면 일부다처제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은 훤칠하고 잘 생긴 친구들이 수백 명의 여성들을 몰아가기 때문에 우리 평범한 남성들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는 다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 베이트먼의 실험을 시작으로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부다처제 동물의 경우에 암컷과 짝짓기 에 성공하는 수컷은 종종 전체의 5~10%도 되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수컷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 암컷 근처에도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게 자연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나마 일부일처제가 법으로 보장되는 인간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스스로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수 없는 수컷이라는 동물은 어찌 됐든 궁극에는 암컷의 몸을 빌려야 한다. 암컷의 간택이나 허락이 없이는 번식이 불가능하다.  

     

글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