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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살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번개탄 판매 규제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탄을 맞은 연탄업계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자살률 하락 효과는 없고 주 소비층인 저소득층의 불편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일 정신건강정책 주요사업 설명자료를 통해 “착화탄(번개탄) 가스 중독으로 인한 자살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접근성 제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번개탄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진열하게 하고 살 때는 장부에 개인정보 기재를 의무화하는 등 판매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번개탄 자살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이다. 번개탄 자살 사망자 수는 2004년 50명에서 2013년 1825명으로 10년 만에 30배 이상 급증했다. 2008년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고 보도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누구나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사망자 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번개탄에 판매 규제를 도입해 접근성 자체를 떨어뜨리면 자살률도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살 충동이 드는 순간 수단을 찾기 어려우면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규제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이 번개탄을 사는 데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도록 규제를 도입해 자살률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한국도 2011년 그라목손 등 맹독성 농약의 판매를 중단한 뒤 농약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가 2580명(2011년)에서 1442명(2013년)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자살률도 10만명당 31.7명에서 28.5명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번개탄을 사는 것을 어렵게 하면 번개탄 업계는 물론 연탄산업 전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시장이 어려운데 규제까지 도입되면 공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수단만 제거하려는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