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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꽁꽁 언 쪽방 “밥이 돌처럼 차가워”…한파 속 쪽방촌 가보니

음바페여친 2014. 12. 18. 09:3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9533.html?_ns=c1

 

 

등록 : 2014.12.17 18:33수정 : 2014.12.17 20:23

체감온도 영하 15도 안팎의 한파가 찾아온 17일 오후 서울시 중구 회현동 쪽방촌을 찾은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직원(오른쪽)이 쪽방 주민에게 휴대용 가스버너와 코펠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악’ 소리가 나는 추위였다. 매서운 칼바람에 비닐봉지가 찢어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펄럭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찾아온 17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 쪽방촌 주민 김아무개(56)씨는 외출을 ‘감행’했다. 목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썼다. 김씨는 “점심과 저녁을 일회용 도시락으로 떼우는데 음식이 돌처럼 차갑게 식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복지와 건강을 챙기는 전익형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실장과 조리기구를 사러 나섰다.

김씨는 지난달 말 쪽방촌으로 왔다. 식당 일을 하다 노숙인이 됐다. 김씨는 명치에 ‘선인장 꽃이 피듯’ 삐죽 나와 있던 덩어리를 없애는 수술을 지난 10월 받았다. 암이었다. 약초를 캐다가 넘어져 얼굴뼈 일부도 깨졌다. 그렇게 쪽방으로 들어왔다. 혼자 살고 있는 김씨는 건강이 나빠 일을 하지 못한다. 아직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지 못해 25만원 하는 월세와 식사는 복지기관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제 막 쪽방 생활을 시작한 ‘초보자’ 김씨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부탄가스, 코펠을 샀다. 비용 10만5000원은 서울시복지재단 희망온돌 지원금에서 댔다.

암수술 받아 일못하는 50대 김씨
월세·식사는 복지기관 도움 받고
난방기구조차 없이 강추위 견뎌

지자체 위탁받은 지역상담센터
직원 4명이 주민 760여명 보살펴
“정부, 취약계층 직접 지원 부족”

호텔 카지노와 대기업 건물 뒤편 초라한 건물 한층에 늘어선 12개의 방 중 하나가 김씨의 방이다. 낡은 브라운관 텔레비전, 선풍기가 그가 가진 가전제품의 전부다. 난방기구는 따로 없다. 김씨는 시험 삼아 가스레인지를 켰다 끄기를 반복했다. 7년째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해온 전 실장이 “추워도 가스레인지로 불을 쬐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쪽방촌에서 난방을 해주는 덕에 방바닥에는 다행히도 온기가 있었다.

남대문지역상담센터는 서울 중구청의 위탁을 받아 이 지역 760여명의 주민들 건강과 복지를 지원한다. 직원 4명과 구청 보건소에서 파견 온 간호사가 상근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빙판길에 넘어진 사람들과 결핵 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센터가 있는 건물 지하 목욕탕은 한파가 닥치면 ‘쉼터’로 변한다. 이 때문에 한파가 닥치면 전 실장과 직원들의 퇴근시간도 한없이 늦어진다.

곽경인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은 “서울시에 있는 복지시설이 약 1000개인데 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은 기초생활수급비 지원 정도다. 대부분 정부가 위탁·지원하는 민간 복지시설의 몫”이라고 했다.

초겨울 한파에 서울시와 각 구청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새벽 노숙인 이아무개(65)씨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종로구 종로3가역 지하철1호선 출입구 근처에서 신문지를 쌓아놓고 불을 피우다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동작구와 마포구는 따로 팀을 꾸려 관내 독거노인과 고령자에게 ‘안부전화’와 ‘안부방문’ 횟수를 늘렸다. 노인정과 복지시설 등에 밤늦은 시간까지 ‘한파 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동대문구는 밖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들이 없는지 야간순찰을 강화했다.

최우리 박기용 오승훈 이재욱 기자 ecowoori@hani.co.kr
출처 : 소울드레서 (SoulDresser)
글쓴이 : 파인애플통조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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