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팽목항에서 시민 “KBS 언론 소명 다하라” 손편지
2014년 05월 01일 (목) 19:03:23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지난 30일 진도 팽목항에서 취재 중이던 KBS 한 기자는 안산에서 왔다는 시민에게 손 편지 한통을 받았다. ‘KBS에 바란다’는 제목의 이 편지는 KBS의 세월호 보도를 질타하며 언론의 소명을 다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1남 1녀를 둔 맞벌이 주부라고 밝힌 이 시민은 편지에 “제가 사는 안산은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시간이 멈췄다”며 “안산은 거대한 분향소가 되고 시민들은 상주가 되어 모두 죄인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과 단원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철썩 같이 믿고 진도로 향했으나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다”며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가 정부와 구조당국이 알려준 정보를 사실 확인도 않고 보도해 국민들, 특히 실종자 가족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 시민은 “KBS는 이후 울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 하늘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 물 위에 떠 있는 배, 잠수정을 타고 있는 해경을 찍은 필름을 반복 보도해 마치 정부당국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18일 오후 4시30분경에는 ‘구조당국이 선내 엉켜 있는 시신을 다수 발견했다’는 자극적 자막과 보도로 실종자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고 했다.
이어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런 오보를 보도하고도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는 KBS의 행동”이라며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주관 방송사이기에 정확한 사실,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 제 역할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KBS에 오보에 대해 책임 있게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것, 세월호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공정보도와 탐사보도를 할 것, 세월호 침몰 이후 사태를 무마시키려 다른 사건을 이슈화하는 물타기를 하지 말고 그런 방송행태에 단호히 맞설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이 편지는 이날 KBS 사내통신망에 올라왔다. KBS의 한 기자는 “정말 어찌하려고 이렇게 망가지는지 슬프다”며 “우리 수준이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지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KBS에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산에 사는 1남1녀를 둔 맞벌이 주부입니다. 제가 사는 안산은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시간이 멈췄습니다. 안산은 거대한 분향소가 되고 시민들은 상주가 되어 모두 죄인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과 단원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철썩같이 믿고 진도로 향하였으나 그 기쁨도 잠시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국가기간방송이요,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정부와 구조당국이 알려준 정보를 사실 확인도 않고 받아쓰기 관행으로 보도하여 국민들과 특히, 실종자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이후 KBS는 울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 하늘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 물위에 떠있는 배, 잠수정을 타고 있는 해경들을 찍은 필름을 반복 보도하여 마치 정부당국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또한 KBS는 18일 오후 4시30분경 ‘구조당국이 선내 엉켜 있는 시신다수 발견했다’는 자극적 자막과 보도로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더욱 저를 화나게 한 것은 그런 오보를 보도하고도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한마디 없는 KBS의 행동입니다. ‘우리만 그랬냐? 다른 언론사도 그랬다. 억울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는 국가기간방송이요, 재난주관 방송사이기에 정확한 사실,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함이 제 역할 아닌가요?
저는 중3된 딸이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후 딸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엄마, 기레기가 무슨 뜻인줄 알아?’
‘몰라’
‘기자+쓰레기야. 난 이다음에 기자는 절대 안 될 거야’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KBS는 오보에 대하여 책임 있게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세요
△세월호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인 진상규명에 언론의 소명을 다하고, 공정보도, 탐사보도를 해주세요.
△세월호 침몰이후 미담이나 발굴하고 세월호 사태를 무마시키려 다른 사건을 이슈화하는 물타기를 하지 말고 그런 방송행태에 단호히 맞서주세요.
두서없는 글이지만 엄마의 입장으로 내가 이렇게 자식을 잃었다면, 내 마음을 안아주고, 억울하게 죽어간 내 자식들이 왜 그런 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낱낱이 파헤쳐줄 언론이 지금 필요하기에 적어봅니다.
새벽에 5구의 시신이 올라왔습니다. 이제 실종자는 92명입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자식 잃은 부모마음을 아주 조금 헤아릴 것 같습니다. 안산에서 엄마의 심정으로 끝까지 함께하려고 ‘엄마의 노란손수건’이라는 까페를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강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니까요.
<2014년 4월 29일 팽목항에서 ‘엄마의 노란손수건’ >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33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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