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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태훈] 여자는 세상의 또 다른 흑인

음바페여친 2014. 5. 28. 13:18

 

 

 

 

 

 

20년도 더 지난 군대시절, 사격훈련장에서 얼굴에 화상을 입은 동료를 본 적이 있다.
눈 밑이 빨갛게 데어버린 그 훈련병은 왼손잡이였다.
당시 군인들이 사용하던 주화기는 M16 소총이었고, 탄피 배출구는 우측에 달려 있었다.
말하자면 오른손잡이 전용 화기였던 셈이다.
왼손잡이였던 동료는 화약 폭발로 가열된 탄피가 자신의 눈앞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감수하며 사격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오른손잡이들의 세상에서 왼손잡이들은 꽤 불편해보였다.
내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불공평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 이후에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자로 살아온 나는 여자에 대해, 아니 여자들의 삶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세상은 남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곳에서 누리는 모든 것은 당연한 권리처럼 느껴졌다.
사유하지 않음은 오해와 무지를 낳고, 어느새 나는 인류의 절반을 이해하지 못하는 3류 마초에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존 레논은 자신의 곡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를 통해 여성들에게 불공평한 세상을 고발했다.
'여자는 세상의 흑인이다'
그러나 이 비유는 틀렸다.
인종에 대한 차별 이전부터 여성에 대한 차별이 먼저 존재했으니,
'흑인은 세상의 또 다른 여성'이라고 했어야 옳을 것이다.

몇 년 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많은 영화의 소재를 두고, 왜 하필이면 이토록 불편한 내용을 영화화하기로 했냐는 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남자들은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여자들에게 해온 일들이다."

오늘 도착한 뉴스 한 편에서 수컷의 야만을 다시 한 번 목격한다.
그리곤 곧 부끄러워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리 나을 것 없는 수컷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http://newscomm.nate.com/celebrity/celebView?post_sq=2729587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햏이긔

sbs '영화가 좋다'에서 이동진 기자랑 '영화는 수다다' 코너 같이 하시는분이요

 

 

 

 

출처 : 소울드레서 (SoulDresser)
글쓴이 : 이종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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