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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팽목항…다 떠나고 남은 건 세가족 뿐

음바페여친 2014. 5. 22. 02:19

[머니투데이 진도(전남)=김민우 기자][[세월호 참사]긴 기다림을 버텨내는 가족들 "머리카락, 뼈조각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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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32일째인 지난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똑 똑 똑 똑" 

21일 오전 8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목탁 소리가 팽목항의 적막을 깼다. 예전 같았으면 가족대책본부 천막 앞에 모여 아침뉴스를 보느라 시끌벅적 했을 테지만 이제는 뉴스를 볼 가족도, 대형 텔레비전도 없다. 적막 속에서 아침배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만 분주하게 움직였다.

3일 전 새로 설치된 이동식 주택에는 7동의 건물 중 단 한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팽목항에는 이제 실종자 가족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날 한 구의 시신이 수습되며 또 한 가족이 팽목항을 떠났다. 한 때 수 백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이곳에 이제는 단 세 가족만이 남았다.

전날 전해진 해경 해체 소식은 팽목항의 분위기를 더 침체시켰다. 30여일 넘게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들을 위로하고 다독였던 해경들도 풀이 죽었다. 해경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삼삼오오 모여 말없이 담배만 태우는 모습이다. 

실종자 가족 A씨는 "결국 누군가는 남고 외로워질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그게 내가 될 줄 몰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00아. 제발 나와 줘. 아빠 너 보고 싶어서 못가고 있는 거야. 네 얼굴 못 본다고 해도 아빠는 보고 싶어. 네 머리카락, 뼈 끝 하나만이라도 보여줘. 그러면 아빠 우울증도 이겨낼게. 네 엄마, 동생 봐서라도 이겨낼게. 재작년에도 갔다 오고 작년에도 갔다 왔던 제주도인데. 잘 갔다 오라는 말 밖에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보냈지…." 

일주일 전 방파제에서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던 단원고 학부모 B씨는 아직도 딸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B씨는 이날도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담배만 태웠다. 

시신을 찾아도 아이의 얼굴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다. 가족들이 원하더라도 아들·딸들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허용되는 것은 오직 손 뿐이다.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아들·딸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 긴 기다림을 버텨내고 있다.

이제 팽목항에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외침도, 간절함에 절규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똑 똑 똑 똑" 팽목항에는 목탁소리만 허공을 가르고 있다. 

진도(전남)=김민우기자 mi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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