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농담으로 잘 받아치겠다"..황당 면접 모범 답안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1114155013055
[한겨레]고용부 누리집에 올라온 여성 구직자 '면접 요령' 물의
"커피 심부름 주어지면 '정성껏 타겠다'고 답변해라"도
여성단체 "성차별 감독기관 맞아?"…고용부 "경위 파악"
면접관: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구직자: 직장을 가정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일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커피를 타야 한다면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습니다. 사무실 청소도 할 수 있는데 그건 직장을 소중한 저의 생활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면접관: 성희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구직자: 기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십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성차별적 여성 구직자 '면접 모범답안'이 버젓이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채용정보누리집 워크넷에 올라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직장 내 성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부기관이 오히려 성차별을 당연시하고 장려하기까지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워크넷 누리집 '면접요령' 항목의 '여성 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을 보면, 회사·결혼·사회문제 항목으로 나눠 총 8개의 질문과 모범 답변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정보의 출처는 '정보의 바다'라고 쓰여있다. 이 가운데 "결혼은 언제할 예정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현재로서는 결혼 계획이 없다고 대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업무를 제대로 할 만하면 퇴사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결혼 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한 뒤 "구체적 계획은 없다. 일에 열중하고 싶다"고 답변하도록 권하고 있다.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에 대한 질문엔 "회사내 육아 제도 등이 없을 경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고 있는 회사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여성으로서 한때 유아 교육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을 받아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로 평가 받는다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라는 답변을 모범 답변으로 올려놓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과 '경력 단절 여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육아·보육을 여성의 '책임'이라 언급하며 성역할을 고착화시키는 답변이다.
특히 성희롱에 관한 질문엔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 도량을 넓혀서 독자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성희롱 피해 여성을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으로 규정짓는가 하면, 성희롱이 '회사를 곤란하게 한다'는 남성중심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꼴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여성 구직자에게만 결혼 계획이나 육아 문제를 질문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인데도 면접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이런 질문에 모범 답변이라고 제시한 내용은 성차별을 인정하고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 구직자에게 예상된 질문 자체가 남성구직자와 동등한 노동자로 전제하지 않고 부차적 업무를 하는 보조노동자나 임신 출산 전까지만 일할 수 있는 임시노동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많은 여성 구직자들은 워크넷에 여성 구직자 대상 면접요령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갖고 지원하려던 회사에서 자신이 겪어야 할 성차별을 예감하며 성차별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워크넷에서 당장 여성 구직자 대상 면접 요령을 삭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워크넷 팝업창을 통해 여성 구직자들에게 사과하고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경위를 파악한 뒤 한국고용정보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