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 마도 인근 해역서 고선박 확인
- 30m 인근서 조선백자 111점 무더기 출토
- "원거리 교역 없었다는 학설 뒤집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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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충남)=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서해 속 유물 발굴은 한·중·일 동아시아의 풍요로운 정신문명 교류가 이뤄진 역사현장의 증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충남 태안군 마도 인근 해역에서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는 배가 발견됐다. 고선박 안에선 조선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 대접 2점이 나와 배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데 힘이 실렸다.
조선시대에 이 지역에서 많은 배가 침몰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실제로 선박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배 인근 30m 해역에서는 조선시대 백자 111점도 무더기로 나왔는데, 이들 백자도 고선박 안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충남 태안군 근흥면사무소에서 5일 수중발굴 관련 간담회를 열고 “조선시대 백자의 해상 유통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발견된 백자는 발, 접시, 잔, 촛대 등 일상생활에서 쓰던 종류가 주로 나왔다. 이 가운데 백자 촛대는 발굴된 사례가 없어 도자사적 가치가 높다. 제작시기는 18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도자사를 전공한 나 청장은 관련 유물들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백자를 보면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규석 받침을 사용했는데 제작상태 등을 봤을 때 관이 아닌 지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지방에서 생산된 백자들은 그 지역의 서원이나 향교 등에 공급됐고 원거리 교역은 하지 않았던 걸로 알려졌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월부터 마도 해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이다 9월 중순에 이 선박을 발견했다. 길이 11.5m에, 폭 6m 규모로 전형적인 한국 고선박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배에 대한 정밀 수중발굴은 2015년 4월부터 시행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 배를 ‘마도 4호선’이라 이름 붙였다. 앞서 이 지역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고려시대 선박 세 척을 발견한 바 있어서다. 마도 해역은 바닷속 경주라 불릴 만큼 수중유물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풍랑이 거세 이 지역을 지나던 배들이 많이 난파해 바닷속에 묻혔고 실제 고려청자 등 3만여점의 유물이 이 지역에서 출수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16년까지 태안지역에 서해수중유물보관동을 지어 해양문화유선 조사연구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나 청장은 “서양의 지중해가 인류의 물질적 교류를 이끈 곳이라면 서해는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를 이끈 곳”이라며 “하지만 이 지역의 교류 흔적이 아직 크게 드러나지 않아 수중발굴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계기로 서양인의 눈이 아닌 동양인의 눈으로 직접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를 확인하는 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수중발굴선인 ‘누리안호’에서 고선박의 닻 인양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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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krank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