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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선일보’에 비친 박 대통령은 ‘예수 그리스도’

음바페여친 2014. 5. 5. 11:35





[기자칼럼]
유족이 무릎 꿇자 어깨에 손 얹고 위로
울분과 하소연을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모습 보는 듯 해

세월호 침몰사고를 접한 초기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헌법 제34조)가 있지만, 덮어놓고 대통령부터 탓하는 것은 재난의 원인을 밝히고 향후 재난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적절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이틀 뒤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우호적인 여론이 상당했다. 하지만 정부의 사고 대응이 연일 혼선과 헛발질에 그치는 데도 박 대통령은 책임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사람을 엄벌하겠다”며 ‘심판자’ 노릇을 자처하자, 대통령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해졌다. 그 이후에도 정홍원 국무총리는 유가족들이 슬픔에 빠져있는 동안 장례식장 비용을 계산해 보상금서 삭감하라고 지시했고, 세모그룹 출신의 해경 국장이 구조작업을 지휘했으며 청해진해운과 계약해 구난을 담당한 민간업체 언딘은 민간잠수사가 발견한 시신을 자신들이 발견했다고 우겼다. 경찰은 사복으로 위장해 실종자 가족들을 감시했다.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 대피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과 그 이후에도 정부는 줄곧 무능했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했다. 재난 구조와 뒷수습에 있어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도하는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신문은 지난달 30일 1면에 박근혜 대통령이 분향소에서 고개 숙이는 사진과 함께 ‘박 대통령 “집권 초에 적폐 못 잡은게 한(恨)” 세월호 참사 사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누적된 폐단이란 의미다. 즉 박 대통령은 ‘잘못은 이전 정권들이 저질렀고, 자신은 그걸 바로잡지 못한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셈이고, <조선일보>만이 이 발언을 1면 헤드라인으로 실었다.

이날 6면에 실린 기사는 ‘가짜 조문객 동원’ 논란을 자초했다. 박 대통령의 안산 합동분향소 방문을 보도한 이 기사는 “유족으로 보이는 한 노인 여성이 울면서 말을 건네자 박 대통령은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유족으로 보이는’으로 기술된 부분은 순전히 기자의 추측일 뿐이고,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즉 <조선일보>가 가짜 조문객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선 일절 바로잡지 않고, 의혹을 제기한 쪽만을 문제 삼았다. 5월3일자 6면 기사를 통해 <노컷뉴스>의 ‘조문객 동원 보도’가 거짓이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를 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그들의 지면 편집과 기사의 문체에서도 드러난다. 4월30일자 6면의 머릿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다뤘다. 하지만 이 기사에 실린 사진은 박 대통령이 사과하는 장면이 아닌, 오히려 유족 중 한명이 분향소를 찾은 박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이 날엔 박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르고 성토를 하는 유족들이 더 많았다. 6면 우측 기사의 문체는 더 볼 만하다. 이 기사는 ‘박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울분과 하소연을 들었다. 한 남성 유족이 “할 말이 있다”며 무릎을 꿇자 박 대통령은 위로하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고 묘사했다. 마치 성경의 복음서에서 예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또 ‘박 대통령은 이(유족들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고 적었다. 기자는 박 대통령의 한숨조차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묘사했다.

5월2일에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려다 상당히 민망한 보도를 했다. 이날치 12면에 ‘박 대통령 “국민 세금이라며 장례비 아끼는 유족 생각하면…종이 한장도 함부로 못 써”’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 보도가 민망한 이유는 같은 날 <경향신문> 1면에 ‘“장례비 무제한 지원 못한다”는 총리, 대통령 조화 ’지킴이‘로 나선 교육부’란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세금이라며 장례비를 아끼는 유족을 생각해 재정을 아끼자고 강조했지만, 총리는 유족에게 지원하는 장례비를 삭감하라는 지시를 이미 내린 상태였다.

<조선일보>의 사시(社是)는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불편부당(不偏不黨) ’이다. 하지만 지금 박 대통령을 향한 그들의 태도는 불편(不偏)이 아닌 그저 불편(不便)할 뿐이다.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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