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 전현탁군 사연에 추모메시지 줄이어
지난 15일 단원고 2학년생인 전현탁(18)군은 평소보다 들떠 있었다. 친구들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 때문이라기 보다
자신이 18살 생일을 맞아 그토록 갖고 싶던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뭘 제일 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탁이는 주민등록증 자체가 '어른'이 됐음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현탁이는 '민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을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겼다.
"원래 생일은 그냥 넘어가는 편인데, 이번 생일(15일) 지나면 제 '민증(주민등록증)'이 나오겠네요."
그러나 현탁이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현탁이가 탄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진도앞 바다에서 침몰하면서,
그의 소박한 꿈도 함께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 현탁이는 사고 이후 실종돼 지금까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탁이는 또래와 달리 키도 크고 조숙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 현탁이는 '욕설 사용에 관한 고찰'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직접
기획·감독하기도 했다. 동영상 말미에 현탁이는 "요즘 우리는 욕설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당신의
얼굴입니다"라며 어른들도 하기 쉽지 않은 고민들을 담아 전달했다. 이같은 현탁이를 학교 친구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좋아하고 많이 아꼈다. 커뮤니티 한 회원은 "현탁이가 여자친구 생기면 커플로 하려고 사둔 팔찌도 다른 회원이 필요로
하니까 택배로 보내주면서 과자까지 잔뜩 챙겨준 '착한'학생"이라고 기억했다.
현탁이네 집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다.
세탁소의 유리로 된 출입문에는 현탁이가 돌아올 것을 기원하는 동네 주민들의 기원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현탁이 부모가 붙인 '내일(17일)까지 쉽니다'라는 메모도 그때 이후 그대로 붙어 있다. 지난 16일 사고 당일 소식을 듣고 진도로
출발하면서 아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다음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도 기약이 없게 됐다.
현탁이 부모는 진도에 내려온 후 12일째 현장에서 매일 매일 애간장을 태우며 아들의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탁이를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이는 한 주민은 "잘생긴 현탁아. 엄마가 울고 있어. 오늘은 꼭 나와주길."이라며 부모보다
더 애끓는 심정을 메모장에 남겼다. 다른 이웃은 "세탁소 아주머니 힘내세요! 아들 돌아올 거에요. 힘내세요!"라고 적었다.
현탁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저 컴컴한 진도 앞바다에 잠긴 세월호에서. 현탁이가 고대하던 '민증'을 갖는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외치고 있다. "돌아와라 현탁아, 모두가 울고 있다."
안산=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042718110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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