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있으나마나..실형 선고 '미미'
2011년 8월에 개정된 동물보호법 따르면 동물학대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동물 학대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할 만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잔인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하고 있다. 가해자를 징역에 처한다고 해도 집행유예 기간을 부여함에 따라 사실상 실형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3월에는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손모(73) 씨는 아파트에 고양이가 침입했다는 민원 받았다. 이후 고양이 머리를 밟고 고양이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뒀다. 결국 이 고양이는 죽었다. 한 생명을 처참하게 죽였음에도 손씨에게 내려진 처벌은 벌금 50만원에 그쳤다.
권모(68) 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이 키우던 개를 진액으로 만들어 먹기 위해 개의 목을 빨랫줄로 묶어 오토바이 뒤자석에 매단 채 시속 50km의 속력으로 2km를 운전해 상처를 입혔다. 당시 권씨는 무면허 상태였다. 권 씨는 벌금 400만원에 처해졌다.
또 2012년 6월 경기도 고양에서는 이모(74)씨가 길에서 진돗개를 구매해 데리고 가던 중 잘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돗개 머리를 망치로 내리 찍었다. 이로 인해 진돗개는 두개골 함몰, 코뼈 골절, 안구 내 출혈 등으로 인해 전치 8주의 치료를 받아야 했음에도 이씨는 징역 5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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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동물은 물건.."내꺼 내가 죽이는 데 왜?"
이처럼 동물을 보호하겠다고 제정한 법이 동물을 지켜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민법에서는 동물의 지위를 물건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재물로 여기고 있는 것. 따라서 법적으로 동물은 주인의 물건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동물학대의 경우 재물을 손괴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제3자가 자신의 반려동물을 해쳤을 경우 동물보호법보다 형량이 높은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재물손괴죄는 최고 징역 3년, 동물보호법은 1년까지 처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려묘와 함께 사는 김지원(31) 씨는 "형량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 것을 선호하지만 반려견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인정해야만 가해자에게 상대적으로 중한 벌을 내릴 수 있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아울러 재물손괴 양형기준의 원칙은 재물 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동물에 상해를 입힌 경우 그 동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형을 선고하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학대에 대한 형량 강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표창원 연구소장은 "동물학대에 대해서는 엄벌이 이뤄져야하는데 법조계의 동물학대에 대한 경시 풍조와 동물 권리에 대한 몰이해 등이 형량에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학대 기소율 낮아.."사법당국 의지 없다"
하지만 법조계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처럼 동물학대건으로 법정에서 유무죄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검찰청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동물보호법위반 접수 및 처리현황을 보면, 2009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는 불기소가 더 많다.
전채은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큰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경찰서에 불기소 의견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이 검찰에 올라간다고 해도 검찰이 수사를 다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훈 변호사는 "기소여부는 사법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일반 폭행사건에 비해 동물학대 사건이 사소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이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직접 상황을 진술할 수 있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막상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해도 가해자가 "실수로 그런 것이다"라고 주장하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정황이 없다.
만약 학대를 목격한 사람이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거나 음성을 녹음한다고 해도 명확한 명확하게 물리적 충격을 가하거나 학대로 인정되는 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 발의하면 뭐하나..74% 계류중
정치권에서도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여러 법안을 내고 있다. 하지만 10건 중 3건만 국회에서 통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동물학대 및 복지 관련 의원 발의는 총 23건이다. 이 중에서 원안가결 또는 수정가결된 법안은 4건에 불과하다. 대안반영폐기 2건을 제외한 나머지 17건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협소한 공간에서 많은 동물들을 사육해 질병을 유발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애니멀 호딩'을 근절하기 위해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등 10인이 지난달 법안을 발의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등 17인은 지난해 8월 동물 소유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학대사실이 인정된다 해도 해당 동물을 소유주에게 반환할 수밖에 없어 학대 재발률이 높다며, 시·군·구 또는 민간단체에 권리를 양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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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나중에 사람에 투영"
동물학대는 동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학대와 사람학대를 구분해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유소년기에 동물을 유기·학대한 경우 성인이 돼서 연쇄살인 등 강력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노인·여성 등 21명을 참혹하게 살해해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도 첫 범행 직전에 개를 상대로 살인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모와 아내를 비롯해 부녀자 8명을 살해한 강호순 역시 "개를 많이 죽이다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고 진술한 바 있다.
표창원 연구소장은 "동물 학대 심리 속에는 가학성,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 결여 등이 있다"며 "이는 언제든지 사람에게도 투영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동물학대 사건 전문인 김동훈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동물학대 예방을 강화해야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중범죄 억제율이 높아진다고 보고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어 갈아 죽이거나 개나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해 죽였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오고 있는 가운데 동물에 대한 가학적인 행위를 우리사회의 폭력성 문제와 약자 배려 부족의 시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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